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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꿈을 담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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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포근해진 기온 탓인지 희뿌연 안개가 어려 선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마을은 첩첩 산으로 보위되고 있다. 건축주는 마치 자식 이름을 대듯 저 멀리 왼쪽 명산부터 손가락으로 꼭 짚어가며 설명한다. 제일 높이 솟은 용문산(1157m), 그 오른쪽으로 유명산(862m), 중미산(834m) 그리고 요 옆에 제일 낮은 산이 곡달산(628m)…. 앞마당에 펼쳐지는 이 파노라믹한 경관에 건축주는 한껏 매료됐다. 도시민이라면 겨우 시간을 내어 맛볼 수 있는 경치건만 건축주는 매일같이 보는 풍경이다. 흔히 말하듯 전원주택 지으면 자연은 덤으로 따라오는 선물이다.

 

중년의 건축주 조원호(56세) 씨는 어울리지 않게 동화와 꼬마라는 두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이 두 단어가 전원주택을 짓겠다고 마음먹게 된 동기였다. 소년 시절부터 막연하게 꿈꾸던 동화 속 세계 전원주택을 이제 현실로 이루고 싶었다. 건축주의 소년 시절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기초공사부터 설계와 마감, 재료 선택 등 전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집 짓기를 풀어 갔다. 도시계획기술사인 조 씨는 건축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있기에 시공업체와 소통이 원활했다.
동심의 세계를 올리는 일에 자연을 훼손하는 일을 가능한 제한적으로 사용할 것을 다짐했다. 자연 친화적인 건물을 계획해 콘크리트주택을 배제한 채 정보 조사 과정에서 스틸하우스의 여러 장점을 알게 됐다. 단열이 우수하고 내구성이 좋으며 박공지붕 등 다양한 형상을 만들 수 있는 데다 건물 해체 후 구조재를 재사용한다는 점에 끌려 스틸하우스를 건축구조로 결정했다.
업체 선정은 전원주택 서적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스틸하우스 전문비성건축을 알게 됐고 처음엔 전원주택 건축에 대해 자세하고 정성스레 안내한 홈페이지 글에 마음이 동했으며 그 다음엔 비성건축 심태영 대표의 집 짓는 철학과 건축주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자세에 동했다.

 

지열 에너지로 난방비 절약 효과
“동화나라의 집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나온다고 상상해 보니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애초에 자연 훼손을 덜하는 자재 사용과 연료를 고려했어요. 어쩔 수 없이 보조난방으로 기름보일러를 설치하면서 주난방으로 지열에너지를 계획했어요. 설치비용이 부담스럽긴해도 난방비에서 상쇄될 걸 생각하면 초기 비용이 아깝지 않지요.”
지난해 11월 말 준공검사를 마친 후 12월부터 집을 사용한 결과 예상대로 지열에너지로 난방비 절약 효과를 얻었다. 지열 히트펌프 전기를 상시 17℃ 정도에 맞춰 놓고 난방이 필요할 때 25℃ 정도로 올려 사용해 난방 전기료는 한 달 16만~20만 원 나왔다. 조 씨는 기름보일러를 주난방으로 했으면 난방비를 감당 못했을 것이라 한다.
“자연 에너지를 잘 활용하고 우리집처럼 채광이 좋은 남향으로 설계하면 추운 겨울도 난방비에 대한 큰 걱정 없이 날 수 있을 것 같아요.”
2,700여 만 원 들어간 지열에너지 설비는 정부 그린홈 사업으로 절반가량 보조금을 지원받아 설치했다.

 

건축정보
• 위치 :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신천리
• 대지면적 : 675.0㎡(204.2평)
• 건축면적 : 134.1㎡(40.6평) 1층-102.5㎡(31.0평) 2층-31.6 ㎡(9.6평)
• 건폐율 : 17.39%
• 용적률 : 19.87%
• 건축형태 : 복층 스틸하우스
• 외벽재 : 스터코 플렉스, 파벽돌, 목재
• 지붕재 : 이중그림자 아스팔트 슁글
• 천장재 : 실크벽지, 루버
• 내벽재 : 실크벽지, 원목 몰딩
• 바닥재 : 원목마루
• 창호재 : 미국식 시스템창호
• 난방형태 : 지열보일러(히트펌프), 기름보일러
• 설계 및 시공 : ㈜비성건축 032-565-9762 www.beesungsteel.co.kr

 





 

설계부터 마감까지 곳곳에 건축주의 정성이
심플한 철제 대문 너머로 보이는 잔디 마당과 널찍하게 덱을 깐 주택의 단차가 상당하다. 건축주는 원래 대지가 자그마한데다 북동고 남서저의 표고차 3~4m의 경사지라 효율적으로 땅을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토목공사에만도 엄청난 경비가 소요됐단다. 부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거의 수직에 가깝게 돌을 쌓았다. 석축용 돌을 수배하기 위해 직접 온양 석산에 문의해 돌 유형을 파악하고 단차가 큰 부지에 맞게 가능한 크고 납작한 돌을 모로 세워 쌓았다. 돌을 쌓는 데 열흘이 소요됐다는데 마침 굴삭기 기사가 안목이 있어 그의 도움으로 석축 공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집은 지대가 높은 대지 후면으로 최대한 끌어올리고 지대가 낮은 남서측에 정원을 배치해 외부에서 정원은 시원스럽게 보이나 건물은 잘 들여다보이지 않아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 건물 외형을 안정감있게 연출하는 덱은 높은 석축 위에서 탁월한 조망을 확보하고 좌우단차를 두어 공간감과 역동성을 줬다. 덱Deck 면적이 건물 덩치에 비해 꽤 넓은데 전면 57.0㎡(17.2평), 후면 28.0㎡(8.5평)다.
실내 바닥도 덱처럼 단차를 두어 공간의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진다. 주방식당이 1층 중심부 거실과 개방돼 있으면서 독립된 느낌을 주는 것은 거실보다 바닥면을 낮췄기 때문이다. 식당 전면 베이창 설치로 그림처럼 펼쳐지는 산천을 감상하며 식사를 즐기도록 하고 주방에서 연장된 다용도실에 외부 출입문 설치로 덱 이동에 편리함을 도모했다.
“막상 건축을 진행하고 나니 신경 쓸 일도 많고 없는 돈에 괜히 시작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관여할 시간이 넉넉지 않은데도 경기도 일대 목재와 단조, 페인트, 배수 설비, 도기, 타일, 가구 등 재료 및 가구상을 직접 돌아다녔고 심지어 서울까지 가서 전자상가, 조명기구도매상까지 수개월 발품팔았어요. 지반안정이나 토목 그리고 전기 설비… 내가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없네요.”

 

 









 

옆에서 아내 이윤옥(52세) 씨가 거든다.
“벽지 하나하나에도 얼마나 신중에 신중을 기했는지 몰라요. 결정하는 데 3일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전원주택단지에 집을 올리게 된 동기는 조 씨와 달리 전원주택에 관심 없었던 아내가 외딴 집보다 단지를 형성한 주택을 원했기 때문이다. 아파트 생활에 별 불만 없었던 이 씨는 남편 손에 이끌려 이 단지에 와 보고 그때서야 전원생활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햇살이 그득하고 경사지임에도 아늑한 느낌이 드는 단지로 기분 좋은 첫인상을 받았단다.
조경을 전공했어도 정작 잔디 한번 직접 심어본 적이 없었던 조 씨는 이제야 직접 잔디도 심어보고 돌도 쌓으면서 제대로 된 공부를 했단다. ‘이렇게 힘들줄 알았으면 시작조차 하지 말걸’하는 후회가 건축 과정에서 문득문득 떠올랐지만 완공을 보고 나니 웬걸, 서쪽 빈땅에 공방 건물 하나 더 세울 궁리를 벌써 하고 있다.
서쪽 마당 흙을 일궈 놓은 20평 남짓한 땅은 곧 텃밭이 될 자리다. 상추 고추 토마토 쑥갓 호박 등등 심을 예정이라며 설명하는 그의 얼굴엔 건축공사로 스트레스 받은 티는 전혀 없다. 집 짓는 동안 딱딱하게 굳어진 어깨를 자연이 주물러 줄 것임을 그는 진작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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